
-
평온의 기술
평온의 기술
저자 : 강준만 / 출판사 : 인물과사상사
심연
저자 : 배철현 / 출판사 : 21세기북스
불안과 함께 살아지다
저자 : 민이언 / 출판사 : 다반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 2018년 5월 / 308쪽 / 14,000원
▣ 저자 강준만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이다. 정치ㆍ사회ㆍ언론ㆍ역사ㆍ문화 분야와 경계를 뛰어넘는 전방위적인 저술 활동을 해왔으며, 사회를 꿰뚫어보는 안목과 통찰을 바탕으로 숱한 의제를 공론화해왔다. 2005년에 제4회 송건호언론상을 수상하고, 2014년에 《경향신문》 ‘올해의 저자’에 선정되었고, 『미국사 산책』(전17권)이 2012년 한국출판인회의 ‘백책백강(百冊百講)’ 도서에 선정되었다. 그동안 쓴 책으로는 『넛지 사용법』, 『감정 동물』, 『약탈 정치』(공저), 『소통의 무기』, 『감정 독재』, 『미국은 세계를 어떻게 훔쳤는가』, 『갑과 을의 나라』, 『강남 좌파』 외 다수가 있다.
▣ Short Summary
나는 행복한가? 모르겠다.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행복을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선뜻 “나는 행복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에 주된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행복의 정의는 달라질 수 있는데, 나는 ‘평온’을 중시하는 행복을 추구한다고 말이다. 행복은 좀 뜬구름 잡는 이야기지만, 평온은 행복에 비해 비교적 구체적인 개념이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평온’은 ‘조용하고 평안함’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나는 ‘조용’을 좋아한다. 또한 ‘평안’은 “걱정이나 탈이 없음. 또는 무사히 잘 있음”이란 뜻인데, 나는 걱정이나 탈을 만들지 않기 위한 삶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 단어도 내게 잘 들어맞는다.
2017년 봄 가수 수지는 24세를 맞아 어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10대엔 제 자신보다 타인들의 시선을 의식했었던 것 같아요. 20대인 지금은 한결 마음의 여유가 생겼어요. 마음에 찾아오는 평온, 그것이 제가 제일 행복한 순간이에요.” 반가웠다. 살인적인 스케줄에 시달려야 하는 젊은 톱스타 연예인인지라 나와 처지가 크게 다르긴 하지만, 동지를 만난 듯 반가웠다. 이런 동지가 많아지면, 이른바 ‘감정 전염’에 의한 ‘행복 전염’이 충분히 입증되었듯이, ‘평온 전염’도 얼마든지 가능해질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평온의 핵심은 ‘나를 위한 삶’이다. 누구는 ‘나를 위한 삶’을 살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남들의 눈치를 보고, 남들의 인정을 받으려고 몸부림치고, 남들 하는 대로 따라 하지 않으면 불안해하고,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많이 갖거나 누리지 못하면 괴로워하고, 삶의 모든 영역에서 끊임없이 남들을 의식하는 삶을 진정 ‘나를 위한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건 나를 위한 것 같지만, 실은 ‘남을 위한 삶’으로 보아야 하는 게 아닐까?
사실 그렇게 ‘남을 위한 삶’을 사는 사람들도 내심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그러면서도 “남들도 다 그렇게 하는데 뭘”이라는 생각 때문에 그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이건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와 비슷한 이치다.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를 심리학적으로 해석하자면, “누구도 믿지 않지만 모두 다 남들은 믿을 거라고 믿는” 착각이다. 즉,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남들은 다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는 믿음, 이 믿음은 우리로 하여금 어떤 일이나 사건에 대해 침묵하게 만들거나 남들의 생각에 동조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는 우리의 실제 생활에서 자주 벌어지는 일이다. 우리가 ‘나를 위한 삶’보다 ‘남을 위한 삶’에 몰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모두가 평온을 추구하는 세상을 바라진 않는다. 그건 가능하지도 않거니와 바람직하지도 않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다양성과 균형이다. 평온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평화 공존이다. 각자의 기질과 인생관에 따라 알아서 판단할 일이지만, 사회 분위기라든가 가치관ㆍ문화ㆍ풍토 등은 개인의 선택을 통제하면서 사실상 어느 한쪽으로 쏠릴 것을 강요한다. 바로 이게 문제다.
나는 평온을 누리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그것이 우리 사회가 조금은 평온으로 나아가는 데에 다른 그 어떤 방법보다 큰 힘이 되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알베르트 슈바이처는 “나만 이렇게 행복해도 좋은 것인가?”라는 걱정을 했다는데, 나는 부디 이런 걱정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나만 이렇게 평온해도 좋은 것인가?”
▣ 차례
머리말_ 행복하지 않아도 평온할 수 있다면
제1장 평온한 삶을 위하여
욜로, 휘게, 소확행, 카르페 디엠 / 강물에 떠가는 한 점 이파리 / 나의 정신적인 재고 조사 / “다신 사랑 같은 거 하지 않을래” / 「인빅터스」와 <아모르파티> / 평온한 척하면 평온해진다
제2장 상처받지 않을 자유
솔직을 빙자한 무례 / 내숭 떠는 게 뭐가 어때서? / ‘민감’을 탄압하는 사회 / 남들은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 / “너답지 않게 왜 그러니?” / 나를 증명할 필요가 없는 공간
제3장 확신은 잔인하다
싫은 사람을 긍정하는 법 / 웃으면서 화내는 법 / 거절을 평온하게 하는 법 / 나를 위해 용서하는 법 / 하룻밤 자면서 생각하는 법 / ‘독창성 강박’에서 해방되는 법
제4장 나로 살기 위한 연습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욕하는 대신 / ‘행운’을 ‘능력’이라고 주장하는 사기극 / ‘스트레스에 강하다’고 뽐내는 사회 / 왜 우리는 서로 못살게 구는 걸까? / 모든 조직의 기본 모델은 조폭이다 /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고?”
제5장 ‘자기 합리화’가 나쁜가?
‘성공’의 다른 이름은 ‘고통’이다 / 자신의 ‘능력의 범위’를 알아야 한다 / 목표 없이 사는 삶의 축복 / 목표는 작을수록 좋다 / 늘 최선을 다해야만 하는가? / ‘나 아닌 나’로 사는 게 좋은가?
제6장 포기하지 않는 게 의지박약이다
포기하라 한 번뿐인 인생이다 / 누가 “도전은 아름답다”고 했는가? / 당신은 결코 예외가 아니다 / 왜 돈 벌었다는 사람들 이야기만 들리지? / “그간 이걸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했는데” / 기회는 두 번 오지 않는다